결혼 후, 첫 어머님 생신 (+ 직접 재운 불고기 선물)

2024. 3. 28. 15:06

4/22 - 4/23
어머님 생신을 앞두고 하루 전, 남편은 불고기를 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남편 퇴근 후 저녁에 망원 시장에 가기로 했다. 비가 오는 날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망원으로 향했다. 
  우리는 정육점이 닫혀있을까 걱정되는 마음이 조금 앞섰다. 일전에 망원 시장에 왔을 땐 저녁 6시 이후인가 상인들이 문을 닫는 걸 봤기 때문이다. 우리가 갔을 땐 수산물을 취급하는 상인 분들은 벌써 문을 닫으셨고, 분식집은 문을 닫으려는 채비를 하고 계셨다. 다행히 정육점은 영업 중이었다. 하지만 가실 채비를 조금씩 하시는 걸 보아, 아직 우리가 마지막 손님인듯했다. 
  무사히 소고기를 구입했다. 고기를 사고 나니 배가 고팠다. 뭘 먹을까 하다 망원에 온 김에, 비도 오겠다 망원우동을 먹으러 갔다.
 

 
  왜 우동, 돈까스 이런 건 언제나 먹어도 좋은지 모르겠다. 특히나 비오는 날, 쌀쌀한 날에는 더욱 생각난다. 따뜻해지는 기분.
 
  우리는 집에 돌아와 불고기를 재우기 시작했다. 집에 배와 사과는 있는데 배가 모자를지도 몰라서 갈아만든 배도 사왔다.
 

 
  불고기는 남편이 다...했다. 그는 먼저 고기 정리를 했다. 고기를 한 장, 한 장 떼어서 정리했다. 아마 나라면 그냥 했을 것이다. 그가 이렇게 하는 건 자라면서 어머님이 하신 걸 옆에서 봐왔기 때문이다. 
"엄마 혼자 음식을 다하면 힘드시니까, 엄마가 음식을 하시면 나는 옆에서 보면서 도와드렸어."
 

 
  그는 믹서기에 양파, 사과, 배를 넣고 갈았다. 배의 단맛이 덜한 거 같다며 갈아만든 배도 넣었다. 이는 마치 예전에 엄마가 음식할 때 봤던 모습이었다. 엄마도 갈비를 만들거나 김치를 만들 때 과일과 양파를 갈았다.       그리고는 남편은 간을 맞췄는데, 정말 여느 어머님들처럼 간을 그냥 눈대중으로 맞췄다. 나는 항상 레시피를 보고 한 숟갈, 두 숟갈 넣는데 말이다. 
 

 
  그리고는 칼로 하나씩 떼어놓은 고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나는 물었다.
"딱 봐도 불고기용이라 고기가 얇아보이는데 왜 두드려?"
"정성이야. 드시는 분이 잘 씹어 삼켰으면 하는 그 마음으로 하는 거야."
그런 깊은 뜻이 있는 줄은 몰랐다. 정성이라니.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해야하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저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게 대단하다. 
 

 
  나는 다음날 아침에 근무가 있어 먼저 잤다. 그리고 다음날 퇴근하고 돌아오니 불고기가 완성되어있었다. 남편은 이모님 것도 만들었다. 최근에 이모님께 도움받은 게 있었는데 고마워서 작은 보답을 하고 싶어했다.
저 용기 뚜껑을 닫기 전에 랩을 씌운 것, 저것도 어머님 방식이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남편이 요리하는 걸 보면 어머님의 방식이 배어있다. 보고 자라는 건 꽤 많은 영향을 미친다.
 

 
  어머님 생신에는 저녁을 먹으러 갈 거라, 간단하게 점심으로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어 먹었다. 일하고 왔다며 남편이 만들어줬다. 솔직히 말하면, 남편이 만드는 프렌치 토스트는 요즘 유행하는 혹은 검색해서 나오는 레시피를 보고 만드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정통 프렌치 토스트라기보단 버터에  구운 계란물 토스트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먹으면 간이 딱 맞고 맛있었다. 나는 이런 것에서 사랑을 느낀다. 아주 따뜻하다. 아주 잘 먹고 설거지는 당연히 내가 했다.
 

 
  어머님 생신 식사는 근처 일식집에서 하기로 했다. 지나다닐 때만 보고 처음 가봤다. 조카까지 8명이 출동했다. 코스로 주문했다. 오랜만에 일식집 코스요리라니. 어머님 덕에 맛있는 걸 먹게 되었다.
 

 
  돔이랬나.. 이렇게 생선구이도 조금씩 나왔다. 회에 초밥에, 그리고 튀김, 탕까지 골고루 나왔다. 마지막에는 정말 배불렀다.
 

 
  음식을 다 먹고나서 집에 와서 생일의 하이라이트, 케이크에 초를 붙였다. 이번 생일은 어머님께서 밥을 차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었다. 언제나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어머님께 감사하다. 
 
우리는 어머님께 선물을 드리며 내가 쓴 카드로 드렸는데 다음날 이렇게 답장을 주셨다.

카드를 잘 읽어주신 거 같아 감사했다. 
이렇게 첫 어머님 생신을 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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