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결혼 전, 정식으로 부모님께 인사하기 - 한암동 정동점, 커피루소 정동

2023. 1. 2. 16:45

/ 과거의 기억을 되짚으면서 쓰는 글이라 순서가 조금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얼추 맞다고 생각된다고 생각하는 순서로 적어내려 가려 한다.

 

우리는 5년 정도 만났다. 그 사이에 남자친구는 우리 부모님을 꽤 만나왔다. 부모님이 하시는 가게에서 밥도 같이 먹고 나름 자주 본 사이다. 그런데 남자친구는 이번에 우리가 결혼을 하기로 하고, 취업을 하고 나서 정식으로 대접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간 기다리시느라 고생하셨다며. 나로서는 우리 부모님께 잘하고 싶다고 말하는 거니 싫을리가 없었다. 고마웠다. 그렇게 우리는 부모님을 어떤 식당으로 모실까 고민했다. 

 

조건은 두 가지 였다. 1. 부모님 모시고 대접할만한 곳 2. 조용한 룸일 것. 이렇게 알아보다가 몇 가지 옵션으로 추렸다. 그러다 여러 식당 중 한암동이라는 식당이 괜찮아보여 거리를 고려해서 여의도점으로 정했다. 그런데 중간에 우여곡절이 있었다. 우리가 미리 예약하지 못했던 탓에 가려던 곳에 룸이 다 예약이 찬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부랴부랴 다른 지점인 정동점에 연락을 했다. 이때 연락 담당은 남자친구였다. 여차저차 해서 남자친구가 예약을 했고, 안타깝게도 룸이 아니라고 했다. 날짜를 옮기는 것보다 정해진 날에 약속을 지키는 일이 중요했기에 감수하기로 했다. 

 

출처 - 네이버 지도

 

만나기로 한 약속 날이 되었다. 비가 오고 좀 추운 날이었다. 집에서 식당까지 거리가 멀지도 않고 이왕 대접하는 날이니 택시를 타고 약속 장소까지 갔다. 가는 길에 남자친구와 연락을 해보니 벌써 도착해있다고 했다. 그런데 긴장을 해서 그런지 속이 좋지 않아 잠깐 약국을 다녀오겠다고 했다. 여태 우리 부모님을 봐왔는데 긴장이 된다니 귀엽기도 하고.. 아무튼 웃음이 났다.

 

 

 

내가 이 날 식당의 외부는 사진으로 찍지 못했지만, 말로 설명하자면 한암동 식당은 모던하고 깔끔한 분위기의 식당이었다. 어른들 모실 때 오면 좋을 식당이다. 도착해서 직원의 안내를 받았는데 놀랐다. 우리를 룸으로 안내해주는 게 아닌가? 분명 내가 이전에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룸을 못구했다고 했는데, 막상 룸으로 안내해주시니 좋았지만 어떻게 된 연유인지 몰라 얼떨떨하기도 했다. 알고 보니 남자친구는 약속 날이 되기 전까지도 식당에 전화해서 계속 조율했다고 했다. 덕분에 룸에서 조용히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당 내부로 들어오니 부모님이 좋아하셨다. 내가 대접하는 건 아니지만 뿌듯했다.

우리는 미경산 한우 암소 목뼈 수육, 미경산 한우 암소 육전, 도미 솥밥을 주문했다.

도미 솥밥이 앞에 밀려있어서 조금 기다린 것 빼고는 음식이 나오는 데 오래 걸리진 않았다.

이때 아빠 이가 좋지 않아서 대부분 씹기 좋은 것들로 시켰다.

식기류 그리고 직원의 서비스를 받으니 뭔가 대접받는 기분이 들고 좋았다. 

 

 

 

 

이런 좋은 날에 약주가 빠질 수 없지.

아빠는 원래 소주를 즐겨드시는데, 남자친구가 여기는 전통주도 판매하고 있다며 새로운 술을 시켜드렸다. 

 

 

 

 

우리는 서로 한 잔씩 따라주며 건배를 했다.

나는 우리 부모님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그간 봬왔는데도 이 날 만큼은 부모님을 대하는 게 어려워보였다. 남자친구가 어려워 하며 정작 식사도 잘 못하고 자꾸 부모님을 챙기려는 모습에 마음이 좀 안 좋다가도, 한편으로는 나중의 내 모습인 거 같아서 뭔가 짠했다. 나랑 우리 부모님만 식사를 잘한 느낌이랄까.

엄마, 아빠는 우리에게 이렇게 좋은 소식을 들려주어서 고맙다고, 그간 취업하느라 고생했다고 했다. 서로 잘 이야기하며 잘 준비하라고 하셨다. 그렇게 식사를 마쳤다.

 

 

 

나는 여기 오면 꼭 도미 솥밥은 먹어보고 싶었다. 실제로 먹어보니 밥도 꼬숩고 도미도 부드럽고 참 맛있었다. 몇 개월 지나서 쓰는 지금 도미 솥밥만 생각난다. 다른 건 잘 생각이 안난다.. 만약 여기를 다시 온다면 다른 걸 먹어보고 싶다. 수육이랑 육전도 물론 맛있긴 했는데 그렇게 썩... 기억나는 맛은 아니다. 그리고 육전이 너무 작아서 처음에 놀랐다. 한우니까 그러려니 했다. 

 

 

 

 

출처 - 네이버 지도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러 커피루소 정동으로 갔다. 정동은 몇 번 갔었지만 그때마다 다른 카페를 가는 탓에 여기는 한 번도 와보질 못했다. 와보고 싶었던 카페였다. 우리가 늦은 점심을 먹고 갔는데 주말인지라 카페에 사람이 많았다. 역시 한국이라면 자리 먼저 맡아야지. 여기는 창가 자리가 예쁘긴 한데 이미 만석이라 그냥 자리가 있음에 감사했다. 

 

 

 

커피와 디저트류를 시켰다. 역시 밥은 밥이고 디저트는 또 따로지..

그런데 사진은 라떼 아트가 있어서 라떼랑만 찍었나.. 잘 기억이 안난다.

우리는 밀크 롤 케익과 솔티드 카라멜 에끌레어를 시켰다.

밀크 롤 케익은 우리가 아는 그 맛이고, 생각보다 에끌레어가 (비싸고 작고) 맛있었다.

 

 

이렇게 행사 하나가 끝났다. 정식으로 결혼을 하겠다고 알리고, 남자친구 덕분에 부모님께 좋은 대접을 했다. 고마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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