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어렵지, 시작하면 괜찮아
나는 자칭 극 P인 사람인데, 요즘 스스로 계획을 짜서 살아보려고 하는 중이다. 그 계획 중 하나는 운동이다. 운동이라 하면, 이전부터 집에서 요가를 하고 있어서 이번에도 역시나 홈트를 하려고 했다. 그렇게 며칠을 했다.
남편은 며칠 전부터 종종 밖에 나가서 러닝을 하고 있다. 밥 먹고 쉬고 싶을 텐데 나간다고 마음 먹고, 옷을 갈아입고 나가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나는 이미 요가도 했고, 저녁 먹고 쉬고 싶었기 때문에 나는 같이 가지 않았다.

남편의 영향 탓이었을까, 어느 순간부터 요가도 좋지만 나도 바깥에 나가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 해볼까 했지만, 어떤 이유로 나가지 않고 집에서 요가를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되어 나가지 않았다.
사실 여태 나가지 못했던 건 ‘시작의 어려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갈까 말까 하는 그 마음. 그러다 이내 나가지 않는 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쉬는 날인 오늘은 나가보기로 했다. 진짜 옷을 갈아입고 운동화를 신고 나갈 준비를 마쳤다.

집 밖으로 나가면 바로 한강이 나온다는 건 참 행운이다. 한강까지는 걸어가다가 슬슬 뛰기 시작했다. 무슨 노래를 들을까 하다가, 강한 비트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에스파의 위플래쉬를 선곡했다.
맨투맨을 입고 혹시 추울지 몰라 패딩조끼를 입고 나왔다. 달리기 시작하니 점점 숨이 차오르고 몸에 열이 나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배웠다. 입으로 숨을 쉬게 되면 에너지 소모가 많이 된다고. 그래서 나는 코로 숨을 들이쉬다가 점점 숨이 차서 들이마실 땐 코로 마시고, 입으로 내쉬며 뛰었다.

몸에 열이 오르니 내가 입은 옷조차 더워졌다. 내가 목표한 곳에 거의 다다라서 시간을 확인하니 10분 정도 뛰었다. 10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길었나 싶다. 핸드폰을 하면 10분 그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시간인데 말이다.
그 이후로는 좀 걸었다. 중간 지점에 운동 기구들이 모여있는데 할아버지, 어머님들이 삼삼오오 운동을 하고 계셨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도 온 김에 운동기구로 허리도 좀 돌려보고, 걷기 운동도 했다.

잠시 쉬며 팔을 앞뒤로 흔들며 강도 한 번 바라봤다.

그리고 이내 다시 돌아가기 위해 뛰었다. 처음에 뛸 때는 내가 뛰는 모습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고, 뛰다가 마주오는 사람들에게 눈길이 가기도 했다. 그런데 계속 뛰다보니 내 세계가 만들어지는 것 같았다. 처음과 다르게 외적인 것들은 점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나의 숨, 그리고 발바닥이 지면에 닿는 느낌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리고 뛰는 동안 ’나는 열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몸에 열이 오르는 그 느낌이 좋았다. 왜냐면 겨울은 추워서 싫어할 것이 아니라, 춥다면 내가 몸을 충분히 움직이면 그 상황에 대응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조깅을 하며 또 좋았던 건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밖에 나와 내 몸에 좋은, 내게 좋은 것을 하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기분을 좋게 했다. 또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리고는 생각하게 됐다. ’나는 왜 이렇게 좋은 걸 시작하는데 어려웠을까?‘ 하고 나니 별 것 아닌데 말이다. 비단 조깅 뿐만이 아니다. 내게 좋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항상 이렇게 좋은 마음을 갖고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나는 또 어느 순간 주저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럴 때 이 글을 보며 오늘의 마음을 다시 떠올려야겠다. ‘그때 이렇게 뛰는 그 순간 나의 세계가 만들어지는 것이 좋았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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