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의 기술 / 개리비숍
최근에 엄마가 내게 말했다. "너 요새 하나에 집중을 잘 못하는 거 같아. 무슨 일 있나?"
맞다, 내 상태는 어느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붕 떠 있는 것만 같았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건 아는데 정확히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그러다 핸드폰만 하고 있는 것이다. 피곤해서 그런 건가 해서 잠도 충분히 자봤다. 그런데 뭔가 알 수 없는 답답함은 풀리지 않았다. 내가 미루고 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나와의 약속,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었다.
나는 스무살 후반, 삼십대 초반부터 내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시도했다. 유튜브도 1년 동안 운영해보고, 잠깐 잠깐 인스타에 스스로 프로젝트라고 생각할 만한 것들을 했다. 유튜브는 삼개월 전에 쉬기 시작했고, 인스타에 올리던 게시물은 최근에 15개 올리다가 쉬고 있다. 지금은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다. 쉬게 된 이유는 내가 만든 콘텐츠가 부족한 거 같아 소재나 형식과 같은 틀을 더 단단하게, 마음에 들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뭔가 찾다보면, 시간을 갖다보면 그와 관련된 좋은 아이디어가 생길 거라 생각했다. 생각에 생각을 더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이 일에 대한 끈은 놓고 있는 않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뭔가 무기력해져갔다. 이상하게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SNS에서 다른 이들의 콘텐츠를 보며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에이 아니야, 저건 뭔가 부족해보여. 더 찾아봐야겠어.' 저울질하기만 했다. 그러던 와중 내가 이 문제에 대해 회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무렵 내게는 '게으른 완벽주의자'와 관련된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와 관련된 책 중 하나인 '시작의 기술'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7개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1. 나는 의지가 있어
2. 나는 이기게 되어 있어
3. 나는 할 수 있어
4. 나는 불확실성을 환영해
5.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 나를 규정해
6. 나는 부단한 사람이야
7. 나는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고 모든 것을 받아들여
언뜻 보면 그렇게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어디선가 들어볼 법한 이야기다. 하지만 어떤 내용이든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마주해야 하는 문제를 회피하고, 생각, 걱정만 하고 있을 때 이 책의 내용은 충분히 내게 도움이 되었다. 나의 마음을 다잡게 하고 움직이게 만들었다. 동기를 부여해주었다.
당신 삶에서 김빠지고 뭔가 억눌린 감정을 느낀 곳이라면 어디든 기대가 숨어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왜 걱정만 하고 내 문제를 마주하지 못했는지 알게 되었다. 나의 '기대' 때문이었다. 유튜브는 1년 정도 했는데 남들과 같은 성과가 나지 않아 내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서 짤막하게 진행했던 내 나름의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대부분 몇 개를 하다 보면 콘텐츠의 질이, 그리고 반응이 내 기대에 못미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나를 이겼다. 나를 멈추게 했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스스로에게 묻고 답했다. 죽기 전에 후회할 일은 여전히 내가 나의 이야기가 담긴 콘텐츠를 만들지 않은 일이 될 거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이 책 내용 대로 기대하지 않으려 노력하기로 했다. 기대하지 않고,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부단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런 행동이 나를 규정할 것이다. 나처럼 같은 문제를 두고 오랫동안 고민해오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생각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 행동을 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여기서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책의 내용을 내 삶에 적용시키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얼마 되진 않았지만 이 책에 있는 메시지를 자주 보는 노트에 적어 아침에 읽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당신이 '할 거라고 말하는 일' 말고, 당신이 '하는 일'이 당신이다_ 카를 융
당신은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를 하나씩 하나씩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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