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찬호,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라는 책을 빌리며 한 권의 책을 더 빌렸다. 옛날에는 읽고 싶은 책 하나만 빌렸었는데, 한 작가의 책 두 권을 읽게 된 건 처음이다. 그 이유는 그래야 이 작가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책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실지도 궁금하기도 하고. 책 제목과 표지가 인상적이었다. 괜찮아 보이지만 괜찮지 않은 사회 이야기,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그리고 표지 삽화는 여러 사람이 탑으로 쌓여져 있고 가장 위에는 수트를 입은 사람이 서있다. 우선 위에 올라가려면 1등이 되려면 누군가를 뒤로해야 하는 모습을, 그리고 우리 사회가 수직적임을 보여주는 거겠지.
점점 살면서 사회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억울하면 정말 더 높이 올라가라는 말이 맞는 걸까, 지방의 인프라가 적기 때문에 모두가 향하는 서울로만 가는 것이 정답일까, 뉴스는 믿어도 되는 걸까.' 지금 여기, 우리 사회에 살면서 어떤 의문이 들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이 책의 말이 정답이라고, 모두가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의견도 있고, 이런 관점에서도 생각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다.
특히 나는 과거부터 궁금했던 것이 있었다. '왜 우리나라만 유독 자영업자가 많은 것 같이 느껴질까?' 유일하게 내가 살아본 나라는 캐나다인데, 뭐 그래봤자 고작 1년이라 잘 안다고는 못한다. 그런데 밴쿠버에 갔을 때 확실히 우리나라에 가게들이 훨씬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나는 '우리나라 만큼 자영업자가 없다면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해먹고 살까?' 이 책의 프롤로그를 읽으며 답을 찾게 되었다.
우리나라엔 자영업자가 많다. 설마 장사하는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 많아서겠는가. 임금노동이 불안정하기에 나타난 결과일 뿐이다.
자영업자가 많은 이유는 어떤 이유에서든 임금노동을 지속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외에도우리가 마주하는 사회 문제들은 급속도로 성장한 나라지만 속도를 쫓느라 내실을 챙기지 못한 이유가 연이어 우리 사회에 수면 위로 나오는 것이다. 이 책은 환경, 지역 격차, 교육, 가족, 동물, 난민, 장애인, 노동자, 젠더, 부동산, 소득불평등, 종교, 미디어, 정치 총 14개의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각 주제를 마주하는 것만해도 내게는 의미가 있었고, 사회가 조명하지 않는(주요 미디어에서 다루지 않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많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무리 내가 사회문제에 대해 생각해도 나는 그저 한 개인에 불과한데...'라는 무력감도 느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사회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도 다시 이 사회를 이루는 건 개인들이라는 걸 떠올린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사회에 소외된 사람, 약자를 생각하게 되면 그것이 모여 모두가 그럼에도 살만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불편한 이슈들을 뒤로하고 살아가고 싶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 변화가 이루어질 때 나에게도, 가족에게도, 더 나아가 나의 자식들, 이웃들도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참고로 물질적인 부의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경쟁이 필요하다면 경쟁을 해야 하며, 모두가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서로 하는 일이 달라도 서로 존중하고, 그 일을 사람답게 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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