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찬호,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2022. 6. 27. 23:07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트위터에서 오찬호 작가님의 글을 인상깊게 읽은 후였다. 그 글은 대부분 사회에 대한 글이었다. 최근 대선이 있었고, 뉴스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소식을 접하면서 왜 이런 사회가 되었는지 궁금한 내게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작가님은 교수님이기도 한데, 내가 대학교 다닐 때 교양 시간에 교수님으로 뵌 적이 있다. 10년 이상이 흐른 지금, 인터넷 상에서 (나 혼자) 발견하고 글을 읽고, 그 호기심에 쓰신 책까지 읽게 되었다. 

 

오찬호 작가님은 사회학자다. 사회학이라는 학문이 어떤 건지 궁금해서 검색해봤다. '사회학은 사회 전체를 학문의 대상으로 하거나사회과학의 방법론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사회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행위를 일정 정도로 규정하는 사회 구조와 존재와 이에 내재한 문제, 그리고 그 영향력을 이해하고 파악하고자 한다.' 그래서 다른 누구도 아닌 사회학자는 이 사회의 문제점을 어떻게 보고,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오찬호 저

책 표지가 조금 섬뜩해서 약간 무서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 책은 괴물이 된 이십대의 모습을 사회학자의 관점으로 풀어낸 책이다. 이십대는 왜 힘들고, 그들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무엇이며, 그럼에도 고통 받는 우리는 '우리'로 나아가지 못하고 서로를 차별하게 되는지. 2013년도에 나온 책이니까 9년 전의 내용인데 안타깝게도 지금 읽기에 무리가 없다ㅎ...

 

책에서는 2004년 이슈가 되었던 'KTX 여승무원들의 철도공사 정규직 전환 요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잠깐 내용을 살펴보면, 최초 채용 당시 정규직 전환을 보장받고 들어왔다는 여승무원측과, 그런 적이 없고 노동자들은 분명히 계약직임을 알고 들어왔다는 사측, 이 두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문제였다.

그리고 이를 학교에서 학생들과 이야기 했는데 놀랐다고 했다. 왜냐면 학생들은 "날로 정규직 되려고 하면 안 되잖아요!"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처우 개선과 정규직 전환의 문제는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금의 대학생들이 정규직이 되기위해 고생하고 있는데, 정규직이 되려고 했다면 더 노력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정직원을 넘보는 건 도둑놈 심보라고 했다. 

 

하지만 저자는 대학생들이 비정규직들의 주장에 공감할 거라고 여겼다고 했다. 그 이유는 현재 이십대가 처한 상황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비정규직 노동자가 좀 더 안정적인 삶을 위해 요구하는 '정규직 전환'을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지지함으로써 이십대 본인들의 미래도 좀 더 안정적으로 만들어놓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자신들이 진출할 곳의 상황이 조금이라도 좋아지길 바라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줄어들면 아파할 이십대도 줄어들거라고 생각했다고.

 

하지만 이십대 대학생들은 이 연대가 자신의 이득임을 보지 못한다. 대신 왜 더 노력하지 않았냐고 말한다. 정규직이 되려고 했으면 더 노력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는 기분도 들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비정규직이 되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고, 정규직이 되는 사람들은 그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정규직이 그냥 날로 정규직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이를 '자기계발을 권하는 사회' 때문이라고 했다. 자기계발 시대를 사는 개인들의 특성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않고 그래서 편견을 버리지 못하며, 이로 말미암아 스스로도 이 메커니즘을 생사하는 과정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특징들이 이십대들에게서는 '학력의 위계화된 질서'를 서로에게 강력히 적용하는 모습으로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이야기한다.

 

나의 이십대를 되돌아 보며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자기계발을 권하는 사회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내가 얼마나 차별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자기반성을 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끼는 건, 점점 익숙한 것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익숙한 것을 향유하는 것은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새로운 시각과 관점에 무뎌지게 되고, 더욱더 내가 생각하는 방식으로만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가 사회를 생각하고 있는 그 틀에서 벗어나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세상 살기가 팍팍해져서 점점 더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면 그럴 수록 나는 나에게만 매몰되어서 주변 사람, 우리를 생각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사회는 나만 잘사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잘 살게 될 때 비로소 좋은 사회가 된다. 힘 없는 한 사람의 개인이지만 나에게만 매몰되지 않기 위해 사회에 관심을 가지는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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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98

개은은 앞뒤 가리지 않고 레일 위를 달리기 위해 해야 될 자기계발을 찾고 있으며, 또 그런 자기계발의 일부 성공적인 결과를 보고 부러워하면서 더 적극적인 수행을 다짐해야 된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은 순환적으로 이어지고, 이로 말미암아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그로 인해 고정관념이 강화되는 현상은 더 가속된다. 이런 환경에 노출된 이십대는 당연히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이 '경직'될 수 밖에 없다.

 

p. 227

온갖 공정하지 못한 기회와 과정으로 인해 나타난 결과의 피해자들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자기 스스로 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비정규직이 피해를 입는 것은 그들이 못나서고, 대학생들이 학교서열에 따라 멸시와 차별을 받는 것도 그들이 능력이 부족해서다. 우리는 이런 부당한 상황을 앞에서 이미 숱하게 봐왔다. 

(...) 이 책에 등장한 이십대 대학생들은 이 사회에 깊게 침윤된 자기계발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나머지 일종의 '피해자 탓하기'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한 개인이 경쟁에서 밀려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얽혀 있다. 단지 '더 조력하지 않아서'라고 말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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