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이 바뀌기 바라고 있다면 알아야 할 것
나는 내 주장을 못하는 자신에 대한 불만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상대방에 대한 불만도 갖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자기 주장을 못하고 조심스러워한다면 상대방이 그걸 지켜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나는 특히 엄마와의 관계에서 나를 지키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나를 자책하다가 그 책임의 화살을 엄마에게 돌렸다.
'왜 엄마는 내게 힘들다고 자주 이야기 할까? 엄마라면 딸이 힘들까 봐 오히려 이야기 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닐까?'
'우리 엄마는 왜 자꾸 가게 일을 도와달라고 하는 걸까? 엄마라면 딸의 생활을 보호해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
얼핏 들으면 맞는 이야기 같기도 하다. 상대방이 내 바운더리를 넘어오지 않으면 내가 힘들어할 이유가 없으니까. 내가 굳이 나를 지키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이 말인즉슨 상대방이 '알아서' 내가 불편해할 거리를 조정해줬으면 하는 것인데, 과연 가능할까? 사실 불가능 한 일이다. 누군가는 알아서 상대방의 경계를 고려해주는 사려 깊은 사람도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상대방이 착하다는 이유로 더 선 넘는 행동을 할 수 있다. 누군가 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바람이며 욕심이다. 살다보면 무례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데, 이걸 내가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까? 이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통제 영역 밖의 일이다. 통제 밖의 일을 대하는 바람직한 방법은 하나다, 그 일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대처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그러니 과거의 나와 같이 다른 사람이 알아서 행동해주길 원하고, 변화하길 원한다면 그 생각은 내려놓아야 한다. 변화하지 않는 상대방에 대한 나의 원망과 부정적인 감정만 늘어갈 뿐 달리지는 게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달라진다 하더라도 그게 언제 달라질지는 누구도 알 수 가 없다. 내 인생의 시간이 흘러가는 데 누군가가 변화하기만을 바라며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것 아닐까?
나를 침범해오는 상대방이 변화하길 바라기 보다는, 매번 내 주장을 하지 못하고 아파하기만 하는 지나치게 착한 내가 변화해야 한다. 내가 해보니 그 편이 빠르다. 믿기 어렵겠지만 내가 변화하면 그만큼 상대방도 변한다. 내가 먼저 단단해지는 것이다. 상상해보자. 내가 만약 착한 사람이 아니라 나다워진다면 어떨까? 무언가를 할 때마다 타인의 눈치를 지나치게 볼 필요도 없어질 것이고, 내게 부당하거나 어려운 부탁이 와도, '나를 미워하면 어쩌지'라는 걱정 없이 거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행동하면 할수록 나는 나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고 자존감도 높아질 것이다. 나는 더 긍정적이어지고 밝아질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침범해오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들 때, 걱정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타인만 존중하는 관계 방식에서 벗어나, 나도 존중하며 타인도 존중하는 상호 존중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줄어들 테고, 나는 그곳에 쓰이는 에너지의 방향을 돌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해서 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전보다 나다워지고 있다는 확신이 들 것이다.
새해를 맞아 변화를 원한다면 다른 사람이 변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머리로 이해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과거의 나도 이곳에서부터 시작했다. 이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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